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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 점수가 오르지 않는 이유

분명히 SAT 학원을 다녀서 점수가 오르는 학생들이 있긴 있습니다. 하지만 그 학생들조차 SAT 학원에서 받은 수업 때문에 점수가 오르는 건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학원에서 반복된 연습을 통해서 무의식적으로 리딩에 대한 "감"을 터득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애초에 그럴 학생들은 SAT 학원에 가지 않고서도 혼자 연습을 통해서 점수가 오를 학생들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학생들은 학원을 다니고서도 정말 미비한 점수향상이 있거나 (숨을 쉬는 인간이라면 오를 정도의 점수 향상) 점수가 오른 듯하다가 막상 실제 시험을 보면 예전이랑 비슷한 점수가 나오는 경우가 다반사야. 왜 그런지 이 글에서 좀 자세히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1. 효과적으로 쓰이지 않는 시간

일단 SAT 학원이라고 하면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SAT 시험을 공부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건 정말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아주 기형적인 구조입니다. 일단 학원들에서 학생들을 오래 붙잡아 놓는 큰 이유가 어느정도 수요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정말 좀 시니컬하게 보자면 미국 입시 자체는 어떤 건지 전혀 겪어보지 못하고 SAT 시험도 쳐보지 못한 학부모님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이용하는 메카니즘을 쓰는 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학원에 붙잡혀있는 학생들을 보면서 학부모님들은 불안감이 해소되고 한시름 놓게 되십니다.


근데 SAT 시험은 하루 종일 붙잡고 있는다고 해서 점수가 절대 올라가지 않습니다. 물론 그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는 있겠지만 정말 점수 향상이라는 목적을 두고 그 효과를 위해서 "효과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은 그게 아니라고 저는 자신합니다.


하루종일 방향성 없는 공부를 하고 있으면 "효율적"으로 여러가지를 하고는 있겠지만 정말 "점수 향상"이라는 목적을 위해서 쓰는 시간은 그 시간 중 얼마 되지 않아. 나머지 시간은 거의 쓸데 없는 공부를 하는 데에 시간을 들이는 꼴입니다.


특정 학원들에서는 TA들의 "학생 관리"를 마케팅의 일환으로 내세우는 곳들도 있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큰 반의 단점을 메꿔주는 듯한 허상을 심어주기 위해서이고, TA라고 하는 애들은 시급 1만원정도 받으면서 방학 동안 알바하는 대학교 1학년생이나 2학년 생들입니다. 많은 경우 그 전 해나 전전해까지만 하더라도 그 학원에서 수업을 수강하던 학생들인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2. 매주 보는 모의고사의 난이도 차이

제 경험에 의거해서 하는 이야기하자면, 다는 아니겠지만 상당히 많은 SAT 학원들에서는 매주 보는 모의고사의 난이도를 살짝 다르게 책정하는 경우가 없지 않아 있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1주차에는 상대적으로 어려운 시험을, 그리고 마지막 주에는 상대적으로 쉬운 시험을.


학원 성적표를 보면서 학원 다니면서 점수가 오른 걸 보면서 안심하다가 시험 당일날 가서 뒤통수 맞을 확률이 높습니다.


사실 이 정도면 양호하고, 실제로 어떤 학원에서는 자체 교재를 만들 때도 학생들을 어느정도 속이는 경향 또한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어떤 특정한 테크닉이나 문제풀이법을 가르쳐준 후에, 그 뒷장에는 그 테크닉이나 문제풀이법으로만 안 풀리는 문제들은 제외하고 풀리는 문제들만 추려서 모아놓는 경우입니다.


그러고선  말합니다. "봐!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하니까 잘 풀리지?"



3. 수준별 학습의 헛된 약속


보통 대형학원들 같은 경우는 수업이 여러 개로 나뉘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실전반"과 "기본반"으로 나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에게 더 "맞춤형 수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를 해볼 수 있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실전반"에서는 너무 문제풀이와 오답 리뷰에 신경을 쓰게 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고, "기본반"에서는 문제에서 제대로 된 자기 평가를 해볼 수 있는 기회보단 지루한 독해 수업 등으로 학생 의욕을 더 저하시킬 수 있습니다.


정말 수준별 학습이 필요한 걸까요?


이거에 대한 이야기를 정확하게 해보려면 설명이 좀 필요한데, 학생들의 유형에는 딱 세 가지가 있습니다.


A. 이미 고득점이거나, 조금의 연습으로 고득점 받을 수 있는 학생 -- 상당히 드뭅니다.

B. 저학년이거나, 한국 학교를 다니다가 최근에서야 학교를 옮겨서 영어 실력이 아직 SAT를 할 수준이 전혀 아닌 학생

C. 그 외


A와 B같은 경우는 사실상 방학 동안 SAT 수업을 하는 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A 학생들 같은 경우는 이미 글의 논리구조를 파악하는 방법을 무의식적으로는 알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방학 내내 수업 필요 없이 조금의 학습을 통해서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B 학생들 같은 경우에는 영어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SAT를 공부하다가는 overwhelm 될 수도 있을뿐더러 의욕이 상당히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SAT 수업이 필요한 학생들은 C 그룹의 학생들인데, 이런 학생들 같은 경우는 다 공통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그 문제는 시간부족, 오답 등 여러가지 징후로 발현이 될 수는 있겠지만, 시간부족이나 오답이 문제의 근원은 아닙니다. 문제의 근원은 같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추상적인 언어체계를 이해할 수 있는 사고와 추론력이 없고, 논리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체계화 된 접근방식이 없는 상태라는 것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이 수업이 필요한 부분은 영어에서가 아니라 전 문장에서 언급한 부분들에서입니다.


이런 학생들을 나눠서 수업하는 건 예전에도 이야기했듯이 어느정도 SAT 학원에서 하는 마케팅의 일환이라고 볼 수도 있고, SAT 시험 자체에 익숙하지 않은 학부모들의 수요에 못 이겨서 순환이 반복되는 거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4. "감"에 의존하게 되는 커리큘럼

간단하게 말해서 대부분의 SAT 학원들에서는 가르쳐 주는게 없습니다. (물론 문법은 배우지만, 리딩 파트나, 라이팅에서 좀 더 추론력을 요구하는 문제를 푸는 데에 있어서의 "지식적인 요소들"을 말하는 겁니다)


학생이 하루종일 SAT 학원에서 수업을 들은 다음에 집에 와서 "오늘 학원에서 리딩에 관련해서 배운 게 뭐가 있지?" 하고 자신에게 물어본다면, 한 가지도 떠올릴 수 없을겁니다. 왜냐면 배운 게 정말로 없었기 때문입니다. 생이 원에서 한 것은 문제를 풀고, 그거에 대한 풀이만 들은 것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에 반해서 실제로 글을 읽을 때 어떤 방법론을 가지고 읽어야 하는지, 어떻게 글의 논리 구조를 파악하고 문제를 풀 때 적용을 시켜야 할지는 배우지 못한 것입니다.


그냥 무작정, 무식하고 우직하게 문제만 풀고 "연습"만 하다가 온 꼴입니다.



그러다보면 물론 조금 점수가 올라갈 수는 있습니다. 근데 그게 실체가 있는 어떤 학생의 사고체계의 근본적인 발전이나 변화에 따른 결과물이 아니라, 단순히 반복적으로 하다보니까 무의식적인 "감" 이 생긴 것입니다. 그러다가 이 "감"이 떨어지면 또 점수도 들쑥날쑥 할 것입니다.


5. 검증되지 않은 강사

대부분 학원의 젊은 "SAT 강사"는 SAT 학원들이 알바몬에서 시급 주고 고용한 단기 알바인 경우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SAT 를 가르칠 수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SAT를 장기적인 커리어로 생각하는 경우가 상당히 드물고 단기적으로 거쳐가는 일종의 알바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실제로 본인들이 고득점을 했을진 몰라도 학생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는 데에 있어서는 숙련도가 상당히 떨어지는 사람들도 많다는 걸 아셨으면 합니다.


6. 학원에서 하는 "문제 풀이"가 제공하는 "학습한 듯한 착각"

보통 SAT 학원이라 하면 모의고사를 풀고 나서 틀린 문제를 리뷰하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게 대부분이지만, 이건 효과적인 방법이 아닙니다.  


비유를 하자면 정말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 때를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어려운 수학 문제는 특정한 추론을 해낼 수 있어야지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A라는 논리에서 B로 가는 단계적인 논리가 아니라 어느정도 논리적인 비약을 해내야만 문제를 풀 수 있는 경우가 많이 있지만, 문제를 풀어주는 것은 어떠한 사유를 통해서 그리고 연역적 추론과정을 통해서 B로 갔는지를 생략해버리는 꼴이 됩니다. 어떻게 했길래 그 특정한 추론을 하게 됐는지, 그 계기 자체를 설명해줘야만 근본적인 문제해결능력이 향상됩니다.


특히나 리딩에서 학생들이 어려워할만한 문제는 이런 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지문을 읽고 그에 대한 Primary purpose, 지문의 주된 목적을 고르라는 질문인데, 한국어로 번역해보면 이러합니다.


이 지문의 주된 목적은?

a) 최근 과학적 발견을 논하고 사회과학 출판에 만연한 신념에 이의를 제기하려고 한다.

b) 연구를 보고하는 데에 만연한 관례를 설명하고 그 관례를 바꾸는 입장을 옹호하는 연구를 요약한다.

c) 현재 의학 실험의 접근 방식의 단점을 서술하고 정부 데이터베이스의 시행을 추천하려 한다.

d) 사회과학 리서치의 엄격한 규제를 위한 배경지식을 기재하고 출판사들의 접근방식을 바꾸도록 장려하려 한다.


단순히 문제 접근방식이나 맞는 워딩을 고르는 방법을 알면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심지어 글을 다 이해하고 "독해"했다고 해서도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정말 기본적인 레벨에서는 글 자체의 논리적 구조를 이해해야만 풀 수 있는 문제고, 더 심층적으로는 읽은 내용이


a) 어느 특정한 신념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인지

b) 특정 입장을 옹호하는 "연구를 요약"하는 것인지

c) 특정 접근 방식의 단점의 "서술"과 특정 정책의 시행을 "추천"하는 것인지

d) 특정 규제를 옹호하는 "배경지식의 기재"와 다른 접근방식의 "장려"인지


네가 읽은 내용을 한 단계 거쳐서 추상화 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내용을 읽고 "독해"하고 이해하는 게 아니라, 특정 내용을 서술한 의도와 목적성까지 읽을 수 있어야 고득점이 가능한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기본적인 사고 체계 자체가 잡히지 않았는데, 단순히 문제 푸는 연습만 반복적으로 한다면 점수향상은 불가능합니다.


물론 점수향상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건 학원 수업 덕분이 아니라 순전히 무의식적으로 이런 사고 체계가 잡혀서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고, 대 효과적인 방법이 아닙니다. 직접적인 학습을 거쳤다면 꽤나 빠르게 그 목적을 이룰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학원들에서 왜 문제풀이 위주로 수업을 하는 지에 대해서 설명을 하려면 물론 여러가지 요소를 고려해봐야하긴 합니다. 필자도 학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고민을 좀 많이 해봤습니다. SAT 학원의 "강사"라고 하는 사람들도 본인이 시험을 봐서 어느 정도 고득점을 하는 건 가능하지만 상당히 효과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걸 상당히 많이 봤습니다. 생의 재량에 온전히 맡기기보단 학부모들의 수요에 부합하는 수업을 제공해서 수익을 창출해야하는 학원의 입장도 있고, 커리큘럼이 만들이 지는데에 있어서 강사들과의 소통 단절, 등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는 있겠습니다.


근데 그 이유는 사실 중요하진 않고, 중요한 거는 수업이 실제로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SAT 학원을 다녀봤던 학생들이라면 공감할 겁니다.


A,B,C,D 중 정답을 고르는 사지선다형 문제를 틀렸으면, "문제풀이" 과정을 보면 결론적으로 대부분의 학원들에서 내주는 설명은 겉으로는 번지르르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본질적으로는 이것입니다.

“A가 틀린 이유는 A라는 이야기를 안했기 때문이야.”

“B가 답인 이유는 본문의 ~라는 부분에서 추론 가능해. “

“A는 틀려서 답이 아니고, B는 맞으니까 답이다.”


따지고보면 정말 의미가 없는 짓입니다. (심지어 학생들이 문제를 맞은 경우에도 학생들에게 다른 초이스가 답이라고 말해주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긍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학생들이 SAT 학원을 다니고 뭔가를 배운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막상 들춰보니 아무것도 안 배운 상황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SAT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지문의 논리구조를 어떻게, 또 어떤 사고체계를 가지고 이해할 것인지, 어떠한 방식을 걸쳐서 그 논리구조를 추상화시켜서 언어로 표현할 것인지, 그리고 나아가서 어떠한 방식을 걸쳐서 문제에서 추론이 가능한 것인지, 그리고 지문을 읽을 때 어떻게 읽었어야지 문제를 풀 때 답이 보였을 것인지를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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